[인도네시아 여행] Ep3. 자카르타에서 족자로 기차 여행 :: 현지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다

홀로 여행을 하다 보면 현지인들과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

특히 관광지가 아닌 그들의 삶 일부분에 들어가게 되면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는 사람은 더욱 많아지는데.

그렇게 그들과 소통하고 별 것 아닌 배려에 감동하며 일상에서는 또 다른 따뜻함을 여행에서는 느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 섬 서쪽에 위치한 수도 자카르타에서

중앙에 위치한 족자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대부분 관광객이 이용하는 항공편이다. (약 1~2시간 소요)

두 번째로는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차로 약 8시간 소요된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나는 더 느린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기차에서 8시간을 보내는 첫 경험을 했다.

생각보다 많게 보이는 8시간은 빨리 가버렸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따뜻함을 실컷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인도네시아 기차는 쾌적했다.

좌석마다 쿠션이 놓여있고, 콘센트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정도 시설이라면 8시간은 거뜬하다.

 

사실 8시간이 길게 느껴진 건 아니었다.

책도 읽고, 잠도 자고, 창밖도 구경하며 보낼 시간에 설레기도 했었다. 

 

 

 

 

 

 

 

 

어렸을 적 우리나라 무궁화호에서 판매하던 음료와 도시락처럼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런 판매 시스템이 있다.

사 먹고 싶은 마음이 가득 하지만 시간 여유가 많으니 조금만 더 참아보도록 한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농사짓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라 넓디넓은 초원과 들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만히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풍경들을 실컷 볼 수 있는데 기차 여행을 마다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중간중간 타고 내리는 우리나라의 기차역과는 달리 인도네시아의 역과 역 사이는 상당히 멀었고 대부분의 좌석은 만석이었다.

내 옆자리에는 60대가량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중간 정도 나이의 아주머니가 앉으셨다.

그 아주머니는 조금 어려 보이는 모습에 이국적인 내가 궁금하셨는지 말을 걸어오셨다.

여행 중 이냐고, 어디서 왔냐고, 인도네시아는 처음이냐고, 왜 비행기를 타지 않았느냐고

노곤 노곤하게 말씀하시며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는 분이었고, 곧이어 나도 경계심을 허물어 버릴 수 있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약 1시간쯤 후에 할머니는 내게 배가 고프지 않으냐며 이 기차에 식당 칸이 있는 걸 아냐고 물으셨다.

물론, 그런 정보는 1도 모르는 내가 신기해하자 같이 가보지 않겠냐며 안내를 해주셨다.

 

 

 

 

식당칸은 생각보다 훨씬 깔끔했고 모든 자리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친화력 좋은 아주머니는 혼자 앉아 커피를 드시고 계신 아저씨에게 같이 앉아도 되냐며 물었고 아저씨는 흔쾌히 앉으라며 손짓을 해 주었다.

 

아저씨 역시 한눈에 외국인인 내가 신기했는지 아주머니에게 여쭙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하시는 아주머니와는 다르게 아저씨는 영어를 못하셨는지 우리의 대화는 아주머니를 통해 오갔다. 말은 직접적으로 소통되지 않아도 아저씨의 인자한 웃음으로 확실히 좋은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일 동안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었는데.

두 분을 만나고 마음을 많이 열 수 있었다.

 

 

 

 

 

 

 

 

식당칸에서 내가 시켜먹은 것은 바로 도시락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락과 별반 다를 바는 없지만 맛은 역시 다르다.

조금 밍밍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해외에서 가리는 것 없이 너무 잘 먹는 게 내 장점이라면 장점.

 

 

 

 

 

인도네시아 기차 승무원들의 모습이다.

 

그렇게 자리에 돌아와 얼마나 있었을까?

잠도 한 숨 못 자고 그저 아주머니와 대화하고 밥을 먹었고 창밖을 구경했을 뿐인데 벌써 내릴 시간이 다가왔다.

 

아쉽지만 이제 아주머니와는 헤어질 시간.

 

여행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앞으로 다신 볼 수 없는 사람이라 해도 이 순간에 나눈 대화와 인연은 나도 모르는 새 여행에 많은 요소로 작용한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제 아주머니는 본인의 삶으로,

나는 또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

 

8시간, 어쩌면 길고 지루할 수 있는 순간에

나는 참 많은 것들로 꽉꽉 채워 부족하기까지 했던 인도네시아의 첫 기차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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